언론보도
술에 빠진 여대생들?… 절반이 "필름 끊긴 적 있다"
Name관리자
Date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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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후 기억이 사라지는,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하는 음주 후 블랙아웃(Blackout)’ 현상. 블랙아웃은 대표적인 문제성 음주 현상이다. 그러나 대학생의 45%가 알코올로 인한 블랙아웃을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여대생이 블랙아웃을 더 많이 경험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학 시기에 형성된 음주 습관은 대학 졸업 이후 사회인이 돼서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여성이 블랙아웃 경험 더 많아

 

강릉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강릉 지역 대학생 13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은 42.3%, 여성은 46.6%가 블랙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남성 38.8%, 여성은 55.9%에서 발견됐다. 연구팀은 여성이 블랙아웃 경험이 더 많은 이유는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남녀 모두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자취를 하거나 친구와 함께 살수록 블랙아웃을 자주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변의 통제가 약해질 때 문제성 음주가 더 증가하고 심각해지는 것이다. 또한 가족 중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사람의 음주 빈도가 많을수록 블랙아웃을 자주 경험했다. 이런 환경적인 요인 외에도 자신이 평소 음주량이 많고 음주를 통제하기 어려울수록, 음주 후 후회감을 느낄수록 블랙아웃 경험이 많았다.

남자 대학생의 경우는 스트레스 정도가 심할수록 블랙아웃을 자주 경험하는 경향을 보였다. 블랙아웃이 있으면 취중 폭력, 말실수, 음주운전, 성추행 등 본인의 의도와 다른 잘못된 행동을 할 확률이 높다. 또한 블랙아웃 빈도가 높을수록 중독 등 알코올 사용장애에 걸릴 확률이 높고, 알코올로 인해 뇌세포 손상 위험도 높다. 뇌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블랙아웃 현상이 반복되면 알코올성 치매에까지 이르게 된다.

 

젊은층 문제성 음주 심각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층은 문제성 음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그로 인한 질병도 증가하고 있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김동준 교수팀이 1998~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와 2016~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비교했는데, 20년 새 알코올성 간질환은 유병률이 3.8%에서 7%로 약 2배 증가했다. 그런데 19~29세는 알코올성 간질환 유병률이 1.6%에서 6.4%4배나 늘었다. 젊은 나이에도 술을 과도하게 마셔 간질환까지 생긴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김동준 교수는 술을 마시는 나이가 젊을수록 중독 위험이 큰데, 젊은층에서 알코올성 간질환이 크게 늘었으므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젊은층이 알코올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을 펴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은 2018년에 발표된 세계보건기구 리포트에 따르면 알코올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잘 펴지 않는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김동준 교수는 "담배와 달리 술에 대해서는 관대한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 '적정 음주'라는 말로, 하루에 한두 잔은 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최근 학계에서는 적정 음주란 없고 건강을 위해서는 술을 아예 마시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세계적 의학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건강에 위해를 받지 않으려면 술을 아예 마시지 않아야 하고, 적정 음주량이란 없으므로 전 세계적으로 술을 안 마시는 방향으로 권고 기준이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금숙 헬스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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